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블라인드) 소아과 전문의야. 넋두리 한 번만 해도 될까?

한 명 한 명 실수하면 안 되니 체력이 너무 많이 든다.
육아하는 분들께, 30년간 애가 안 크고 그 에너지 다 받아줘야 한다고 비유하면 약간이나마 비슷하려나.
참고로 현재는 소아과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, 체력적으로 정말 살 것 같다.
다시 개원가로 돌아갈 수 있을까?? 사실 엄두가 안 나…

셋째. 부모님.
출산율 저하와 더불어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는 귀하다.
다만 애를 귀하게 대하는 방식이 상식 밖이거나 그릇된 모성애, 부성애의 발현이 너무 잦다.
내 또래의 엄빠들이 많다. 나도 mz세대, 엄빠들도 mz세대. 할 말은 해야 한다.
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내가 말을 이쁘게 하면 꽤 많은 부분 해결이 된다.
그럼에도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엄빠들을 다독이고 나면
다음 아가친구를 볼 때 힘이 너무 빠진다.
다른 분야의 자영업자나 전화응대를 하는 분들도 진상손님 많이들 겪으시겠지만,
모성애/부성애의 잘못된 발현 + 맘카페 +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, 이 3박자면 몇 달 안에 밥줄이 끊어지는 걸 많이 봐버렸다.

이런 이유로 내 전공, 소아청소년과는 ‘폐과’ 선언을 했어.
소아과 의사들도 의대생이었고, 전교 1등해서 의대 왔다. 똑똑한 사람들이다. 게다가 이제 mz세대여…
아무도 안 알아주는 개같이 힘든 일, 내가 굳이 왜?
늦었지만 이제라도 탈주한다. 안녕.
(하지만 난 정말 애들이 이뻐서 이 일을 선택했고, 정부에서 잘 해결해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. 부디 나를 붙잡아줘.)

세줄요약.
하나. 수가가 너무 낮다. 단가 높은 비급여진료를 할 수 있는 타과로 직종변경 예정임.
둘. 소아진료는 성인진료보다 체력과 노력을 많이 소모한다.
셋. 부모님들의 가끔 잘못된 극성을 부리면 열 진상손님 안 부럽다. 종종 병원 자체가 망한다.

한줄요약.
이건 더이상 징징대는 게 아니고 탈주 통보야. 안녕.